명종의 어찰(御札)과 정혜공의 시(詩), 부(賦), 상소문(上疏文)

 

  바로가기 ☞  ①  명종의 어찰(御札)    ② 정혜공의 작시(作詩)     ③정혜공의 작부(作賦)    ④  정혜공의 상소문(上疏文)        

 

① 명종의 어찰(明宗   御札)      top

        * 청백리 박수량께서 노모를 모시기 위하여 고향에 전라도 관찰사로 내려와 계실 때 명종 임금께서  안부가 궁금하여 내리신 편지입니다.

    御札(어찰)

임금님의 편지

    不見卿久矣,   齒髮更若何,
    불견경구이    치발경약하

경(卿)을 만나지 못 한지가 오래 되었도다.
건강 상태는 또한 어떠한지 궁금하오.

    聞卿居家廚, 不烟者, 月輒居半云,
    문경거가주  불인자  월첩거반운

듣건대, 경(卿)의 집 부엌에서 연기가 나지 않는 때가
한달 동안에 곧잘 절반이나 된다 하니

    寔美事也,
    식미사야

이는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로다.

 

    苑禾初熟, 打數斗而送,
    원화초숙  타수두이송

나라 동산에 벼가 막 익었음에
몇 말 타작하여 보내노라.

    物輕, 義重之地如何,
    물경  의중지지여하

비록 물품은 보잘 것 없으나
마음의 뜻은 큰 점을 경(卿)은 어찌 여길는지...

    聊當入侍, 苦企苦企,
    료당입시  고기고기

애오라지, 마땅히 궁궐에 들어와 나를 보좌하여야 할 터임을
간절히 바라고 바라노라.

    餘不具式,
    여불구식

나머지는 격식을 갖추지 못하오...

    仁政殿書
    인정전서

인정전(仁政殿)에서 쓰다.     top

    * 輒 : 번번이 첩

    * 寔 : 진실로 식.

    * 聊 : 애오라지 료.

    *苦企苦企 : 바라고 바람.

편집자 주(註) - 참 ! 멋진 임금님이시네요 ! 그리고 믿음직한 신하(臣下)입니다.

                        마치 우리의 질박한 삶 속에서 끈끈한 정을 듬쁙 느끼게 하는 듯하고, 마음 또한 풍요로워 집니다.

                        어진 임금 밑에 충성스러운 신하이니 그 임금에 그 신하가 아니겠습니까?

                        관리된 자의 지켜야 할 법(法)은 오직 세가지가 있으니, 청렴(淸廉)과 신중(愼重)함과 근면(勤勉)인데 이 세가지를 알면 몸가질 바를                         안다고 하였습니다. <當官之法 唯有三事 曰淸, 曰愼, 曰勤. 知此三者 知所以持身矣>

                        정혜공(貞惠公)께서는 위 3자(三者)를 전 생애에 걸쳐 처절하리만큼 실천하신 분이기에

                        명종 임금은 수 십번을 읽어도 싫증이 나지 않고 멋지기만 한 위와 같은 어찰(御札)을 내리신 것입니다.

 

 

 ② 정혜공의 작시(貞惠公 作詩)

 

 ♣ 다음 시(詩)는  아곡 박수량 선생께서 당신의 수(壽)가 다하였음을 알고 미리 그의 심경을 적으신 글입니다.    top

    

   

     

     

      入洛有咏

      입낙유영

       

      死生有命寧煩捻

      사생유명영번념

       

      禍福隨天不動心

      화복수천부동심

       

      不失吾身吾事畢

      부실오신오사필

      悠悠此外何尋

      유유차외경 하심

     

     

     

     

     

 -고칠 경     * 오사필(吾事畢)...吾事畢矣(오사필의), [출전] 송사 文天祥傳(문천상전)'나의 일은 끝났다.'라는 뜻...  곧 담담히 죽음을 맞는                                                       사람의 마지막 一聲(일성)을 말한다. 오늘날은 그저 일반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 끝냈을 때 쓴다.

 

편집자 주(註) - 마치  세속의 홍진(紅塵)을 벗어나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기분입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 각기 다른 천지기운을 받고 태어난다고 하는                        데 자신에 임한 천기와 스스로의 기국을 알고 생애를 마치셨나 봅니다.                                         top   

 

                        넉넉함을 알면 가히 즐거울 것이요<知足可樂>, 욕심이 많으면 곧 근심이 있는 법입니다<務貪則憂>

                       어리석고 귀먹고 고질있는 벙어리라도 집은 호화롭고 부자요 <痴聾痼  家豪富>

                       지혜롭고 총명하지만 도리어 가난할 수도 있습니다<智慧聰明 却受貧>

                       운수란 연월일시가 분명히 정해져 있으니<年月日時 該載定>

                       계산해 보면 부귀는 사람으로 말미암음에 있지 않고 명에 있다고 했습니다<算來由命 不有人>

                       만사는 분수가 이미 정하여져 있는데 사람들은 부질없이 스스로 바쁘게 움직인다<萬事分已定 浮生空自忙>는 말씀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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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시(詩)는 정혜공(貞惠公) 박수량께서 강릉 경포대(鏡浦臺)에 올라 읊은 시(詩)입니다.

 

                               

                 鏡浦臺 경포대 

 

    鏡面磨平水府深  只監人形未監心 
    경면마평수부심  지감인형미감심
    
    若使肝膽俱明照  應知臺上客罕臨
    약사간담구명조  응지대상객한임
    
     
    朴守良(박수량)

 

  

     

     

     

     

     

     

    겨울면인 양 갈아 매끄럼하고 물속은 깊은데
    단지 겉 모습만 비추고 이 마음은 비추지 않네.
    만일 속 마음을 모두 환히 비출 양이면
    응당 아는 바라 대 위에 손님은 드물게 오리!
      

 

           * 수부(水府)-①물을 맡아 다스린다는 전설(傳說) 속의 신의 궁전(宮殿) ②조선(朝鮮) 때 공조(工曹)를 달리 일컫던 말           top 
 

      

 

 

                     鏡浦臺 (경포대)
                     
                    鏡面磨平水府深  只監人形未監心 
                    경면마평수부심  지감인형미감심
                    若使肝膽俱明照  應知臺上客罕臨
                    약사간담구명조  응지대상객한임
                                   
                                                    朴守良(박수량)
                     

 

 

 

 

 

 

 

                                                            < 물의 거울에 내 마음을 비추리!>    top                                                                          

                                                            경포대에 올라 승지강산의 절경에 취한 마음이라면 "화풍이 건 듯 불어 녹수를 건너오니,

                                                            청향(淸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에 진다" 는  청풍명월(廳風明月)의 서정이 가슴을 스칠 법도 한데,

                                                            정혜공(貞惠公)께서는 경포호에 이르러 명경지수를 바라보며 멋과 낭만보다는 냉철한 이성에 귀의 하신 것 같                                                             습니다.

                                                            경포대에 올라 사방을 둘러 봅니다. 시야에 들어오는 풍광은 천하절경인데,  마치 유리알 처럼 맑은 경포호에

                                                            선명히 비추이는 경물(景物)은 지상선경(地上仙境)인양 마음을 취하게 합니다. 물 속을 내려다보니 고기들의

                                                            노니는 모습이 잡힐 듯이 선명합니다.

                                                            물 속에서 흰구름이 한가로히 흘러가는데 물가에  자신의 모습이 마치 거울 속처럼 비춰보입니다.

                                                            온갖 사물을 품에 안아 동해로  담아 내는 저---경포호 ! 그러나 마음만은 담아내지 못합니다.

                                                            만약에 마음이 맑은 물에 훤히 비추인다면  응당 대위에 오를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감히 용기를 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시(詩)의 마지막 절을 읽고 나니 문 듯,

                                                            마치 맨발로 찬 서리를 밟은 듯하고, 예리한 칼날에 마음의 한 귀퉁이를 찔린 것 같으며, 은근히 양심의 가책까지                                                             느끼게합니다.  

                                                            인간의 사사로운 말이라도 하늘의 들으심은 우뢰와 같으며, 어두운 방 속에서 마음을 속여도 우주의 조화정신은                                                             번개처럼 안다고 했습니다.<人間私語 天聽若雷 暗室欺心 神目如電>  

                                                            또한 물 속 깊이 있는 고기와 하늘을 나는 기러기는 쏘고 낚을 수 있지만, 오직 사람의 마음은 지척간에 있음에도                                                             헤아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水底魚天邊雁  高可射兮底可釣  惟有人心咫尺間  咫尺人心不可料>  

                                                            공(公)께서는 티없이 맑고  깨끗한 경포호를 내려다보며 마음의 이러한  이법적(理法的) 한계를 시상으로 떠올리                                                             신 것 같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마음이 있다면 위와 같은 시(詩)는 떠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한 자세는 공(公)의 생애에 있어 일관된 면모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편집자가 명시(名詩)를  읽고>

 

 ♣ 다음 시(詩)는 정혜공(貞惠公) 박수량께서 중국 사신(使臣)을 전송하면서 지었습니다.  즉, 1537년 경 별전위사로 계실 적에 당시 대국에서 특사로

    오신 분들을 전송하면서 읊은 시입니다. 정치, 외교상 의전적인 면도 엿보입입니다.                               top            

 

 

                          ▣ 別 龔,吳 兩使 (별공오양사)    ----   龔(공),吳(오) 두 사신(使臣)을  보내며.            top            

 

○ 再接龍門拜錦袍  재접용문배금포

    瓊枝玉樹倚風高  경지옥수의풍고

    恩從北極頒草札  은종북극반초찰

    節指東藩覩鳳毛  절지동번도봉모

 

다시 용문객을 접견하고 금포를 배알하니

    바람결에 우뚝 선 옥으로 깎은 나무인 듯

    은총이 북극성으로부터 내려 향기로운 어찰을 반포하시는데

    사신의 부절이 동녘 변방나라를 향하니 봉황의 깃털을 보겠네.

 

○ 筆法照人蛇入草  필법조인사인초

    編章絶世海飜濤  편장절세해번도

    鵬程九萬通幽薊  붕정구만통유계

    回首驚塵捲短蒿   회수경진권단호   

 

 

필법은 눈부셔 뱀이 풀속에서 꿈틀거리듯 하고

    편장은 세상에 다시 없어 바다가 파도를 뒤엎는 듯

    구만리를 나르는 붕새처럼 유와 계로 돌아갈 터인데

    고개를 돌리면 놀란 먼지만이 짝달막한 쑥을 휘감으리

             * 幽(유)-고을이름유, (계)-고을이름계, (호)-쑥 호

 

○ 芳草平郊隔帶川  방초평교격대천

    滿樓風景半江船  만루풍경반강선

    不堪別恨牽春思  불감별한견춘사

    其奈征旄劈晩烟  기내정모벽만연

 

 

○ 향기로운 풀 우거진 넓은 들녘 가르며 휘감기는 하천,

    누대 가득 좋은 경치인데 떠나는 배 어느새 강 복판에 있네.

    별리의 한이 봄날의 그리움 야기하는 것 견딜 수 없는데

    떠나는 깃발은 벌써 저녁 안개 가르는 걸 어찌하리.

             *旄(모)-언덕높을 모, 소꼬리 모. 별이름 모

 

○ 筆下光華元似錦  필하광화원사금

    胸中溟海自無邊  흉중명해자무변

    若爲化作遼東鶴  약위화작요동학

    萬里隨公上碧天  만리수공상벽천

 

○ 붓 끝의 광채 원래 비단 같거니와,

    가슴 속 바다 같은 도량 본디 끝이 없네.

    만일 요동의 학이 될 수 있다면,

    만리 멀리 그대 따라 푸른 하늘까지라도 오를 걸.       top     

 

 

    용문객 : 등용문에서 유쾌한 말로 명성과 덕망이 높은 사람을 비유함.

                여기서는 중국에서 온 사신을 기리킴.
    금포 : 비단 도포란 뜻인데 여기서는 역시 사신을 가리킴.
    북극성 :천자를 상징함.
    봉황새 깃털 : 좋은 글을 비유함.
    필세가 힘이 있음을 뜻함.
    문장의 구성이나 전개가 우렁참을 말함.
    장자에 나오는 말. 먼 여정을 뜻함.
    중국 하북성에 있는 두 지명.
    한나라 요동사람 정영위가 신선술을 익혀 학이되어 승천했다는 고사.

 

편집자 주(註) : 정혜공께서 중국 사신을 접견하고 떠나보내는 모습이 눈에 선한데, 고위 공직자의 고상한 품격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중국 사신과 외교관계를 논하다가 석별의 정을 나누는 시(詩)를 대하니, 문 듯 다음과  같은 시(詩)가 떠오릅니다.        top      

      

          送人 송인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  
별루년년첨록파
                           鄭知常정지상


비 갠 언덕 위 풀빛 푸른데
남포로 님 보내는 서글픈 노래
대동강 강물은 언제 마르리
해마다 이별 눈물 보태는 것을 !

 

  ③정혜공의 작부(貞惠公 作賦)

 

 

  ♣ 아래의 부(賦)는 정혜공(貞惠公) 박수량께서 13세에 무장군 백일장에서 장원한 작품입니다.(당시는 연산군 8년)        top      

 

 

翠樓(읍취루)   -  賦(부)

호남(
湖南)은 경성(京城)에서 천리 떨어져 있고
모래섬은 서쪽으로 치우쳤네.

옛날에는 전진(戰塵)이 가실 날이 없어
백성들이 오래도록 약탈당할까 걱정이었다네.

이제 인생 백년을 태평으로 살게된 것은
어진 원님 최후(崔侯)께서 수자리에 오시고부터이지.

위엄과 용맹으로 변방을 지키시고
몸소 공검하시고 효성스러우시도다.

성읍의 바닷가를 보노라니
누대(樓臺)는 무너지고 부서져 보기에 흉물스럽고

아름답지도 곱지도 못하니
행여 문덕(文德)을 펼침에 장애될까 두렵다.

장대하지도 엄중치도 못하니
또한 어떻게 변방 오랑캐를 진압하리.

거칠은 것들을 쓸어내어 개간하고
단단한 자리를 택하여 자리를 잡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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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전들은 열성을 다해 일을 서두르고
백성들은 피곤을 잊은체 온 힘을 쏟았도다.

관리들은 재물을 거두어 비용을 마련하고
공인(工人)들은 잣대를 맞추어 재주를 다하였다.

날짜가 얼마나 지났을까
우뚝 날아갈 듯이 누대가 세워졌네.

먼 산봉우리 푸르름이 다가오고
아침 노을 눈앞에 아롱거리네.

아름답다는 기성(箕城)이 하찮게 보이고
그 웅장함은 남쪽에서도 이름을 드높이 날리네.

어찌 정교(鄭僑)처럼 재야(在野)를 도모하랴만
덕을 보게되니 더욱 더 넓어보이네.

새벽부터 야심까지 게으름피지 않고 일하시고
이 누대에 오르셔 직무를 수행하시네.

방백의 선정(善政)을 따르고
조정의 좋은 법도를 따르네.

분노는 풀어주는 인자한 기풍은 부채질하시어
궁핍한 백성들의 마음을 알아주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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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침과 명령을 반포하실 때는 꼭 이 누대에서 하시고
소송을 판결하실 때도 꼭 이곳에서 하시네.

어찌 구경하고 놀기만 하는 곳이랴
실제로 왕명을 받들어 교화를 펼치는 곳이라.


 

<그림을 클릭하면 근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鄭僑(정교) :송나라 사람으로 관문전학사 벼슬에 오른 사람.    

*文宗伯 :문은 성이고 종백은 벼슬이름임.

 

편집자 주(註) : 비록 나이 어리시나 경서(經書)와 시무책(時務策 )을 모르고서 어찌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으랴 !
                       장차 훌륭한 재상이 될 것임을 은연중에 암시하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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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의 부(賦)는 정혜공(貞惠公) 박수량께서 선생 김개가 고부군수로 있을 당시 그곳에 따라가 지은 것인데, 그때 인재를 발굴하기 위하여 지나가    던    관찰사가 이 시(詩)를 보시고 "해남에 가서는 윤구(尹衢)의 문장을 얻었고, 고부에 와서는 부(賦)를 얻었다" 하시며,

   서울에 돌아와  "참으로 비범한 재능이로다" 하고 탄복하였습니다. 이로 하여 널리 소문이 퍼졌는데 이때 공의 나이 12살이었습니다.

                                  * 주(註) : 부(賦)란 한문체(漢詩體)의 하나로 어떠한 사실 하나를 두고 서술적으로 묘사하는 운문(韻文)의 한 체(體)이며 주로                                                  6자로 구성하여 글귀 끝에 운을 달아 대(對)를 맞추어 짓는 글을 말함.

望海(망해)   -  賦(부)

나의 학문이 몽매함을 탄식하거니와
일상적인 것에만 견문이 묶여 있도다.

삭막한 휘장 속에 갇히어
괴롭고도 부질 없는 것만을 고집하며 갈팡질팡하네.

학문은 얄팍하고 서툴며 이룬게 없고.
사마천이 유람하였다고 들었건데

세월은 빠르게도 흐르니
내 생애에 뜻을 이루지 못할까도 두렵구나.

높은 봉우리에 우뚝 서서
우주를 노래하며 마음 껏 바라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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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끝자락에 이르매
아득한 창해가 눈을 놀라게 하니

세상은 무한히 넓고
어지러이 빙빙 돌아가는 것 같구나.

물은 소용돌이 처럼 돌고
성난 파도는 산무너지는 듯하며

뭇강(三江)을 감싸고
구하(九河)를 품에 안은듯 하도다.

진주조개잡이가 한창인데
물고기는 용머리처럼 파도를 치고

만사를 품어안으니 마음이 넓다랗고
은하수에 와닿은 듯 푸르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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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선도가 외로이 솟고
여린 바람은 풍진을 잠재웠네.

심오한 도리속에서 참된 것이 생각나고
담박한 경지에서 어지럽고 소란함에서 벗어나고퍼라.

원컨데 가벼이 날아 쫓아가고파.
파도는 출렁이고 넘처 앞을 가로막네

앞이 다하기도 전에
가슴속 기상은 확 트인 듯 넓어지고

마음에 삼고를 도려내고
우매함속에서 오개를 씻어내네

본 것이 옛날과는 다르고
지금까지 지키던 것이 바뀌어 지고 있네

한갖 가느다란 흐름도 가리지 않고
내 기상의 관용을 키워 주노라 

모든 것이 가득차서 넘치고
내 마음의 덕성을 더욱  북돋아 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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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계곡의 물을 끌어들이니
뭇 이치가 하나에 귀착함을 일깨워 주도다.

한번을 들어왔다 한번을 빠져나가니
삼라만상의 변천함을 알려주는 것이라.

바다는 바다대로 자신의 본성을 갖고 있고
나 또한 나대로 마음의 본성을 잃지 않고 있음이라.

바다는 자신의 도량을 갖고 있듯이
내 마음의 도량을 벗어나지는 못하네

또한 아득히 넓음을 부러워 하여
쓸데없이 전망함에만 열중하랴.

 

 

 

 

 

 

 <그림을 클릭하면 큰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註) : 처음에 " 나의 학문이 몽매함을 탄식하거니와, 일상적인 것에만 견문이 묶여 있도다 "로부터 시작하여  

                        나중에 " 바다는 바다대로 자신의 본성을 갖고 있고, 나 또한 나대로 마음의 본성을 잃지 않고 있음이라."에 이르고 보니

                        소년문장의 명석함에 뭐라고 형언하기 어려우며 그저 전율이 느껴집니다.  

                        천지를 바라보고 그 광대함을 알고 사시의 순환함을 보고 변화의 무쌍함을 안다고 했는데 우주변화의 원리를 터득했음에도

                        아직 뭔가 미진하여,   천(天), 지(地), 인(人) 3원의 경계에서 가벼운 탄식을 하시나 봅니다.   top

 

 

♣ 아래의 부(賦)는 정혜공(貞惠公) 박수량께서 지은 상경부(尙褧賦) 중에 있는 내용입니다.

 

 

        상경부(尙褧賦) 중에서

 

○ 夫美人之衣錦 將不以是爲耀 尙斯褧而自晦 惟懼夫文之外發

    부미인지의금 장불이시위휘 상사경이자회 유구부문지외발

    初珷外誇之誕 更有中含之實 矧君子之藏修 敢自露而自失

    초무외과지탄 경유중함지실 신군자지장수 감자로이자실

 

○ 대저 미인이 비단 옷을 입거니와, 나는 장차 이를 자랑이라 여기지 않으리. 이 겉옷     을 걸쳐 스스로 감추리니, 단지 무늬가 밖으로 드러날까 두려워함이네.

    처음부터 밖으로 자랑하려는 허망 됨은 없거니와, 게다가 가슴에 품고 있는 진실은     있네. 하물며 군자는 숨기며 닦는 법이니, 어찌 감히 자신을 드러내 망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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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被道德之繡裳 襲禮義之華服 韞和順以自褒兮 韜光榮以不市

     피도덕지수상 습례의지화복 온화순이자포혜 도광영이불시

     外昏昏其若愚 內肫肫其益智 貌累累其若訥 義淵淵其益哲

     외혼혼기약우 내순순기익지 모누누기약눌 의연연기익철

     人不爲名山兮 我韞我玉 人不爲靈源兮 我潛我珠

     인불위명산혜 아온아옥 인불위영원혜 아잠아주


○ 도덕으로 수놓은 치마를 입고, 화려한 예의의 옷을 걸치리. 화순을 품고서 나를

    감싸고,  광영(光榮)을 숨기고서 내보이지 않으리. 밖은 어리석어 우둔한 듯하지만,     안은 진지(眞摯)하고 깊어 오히려 지혜(智慧) 스러워라. 외모(外貌)는 답답하여 말     더듬이 같으나,

    생각은 깊은 물인 양 더운 명철(明哲)하네. 남은 명산(名山)이라 여겨주지 않아도,     나는 나의 옥(玉)을 감추고 있다네.

    남이 신령스론 물이라 여기지 않아도, 나는 나의 진주(眞珠)를 담그고 있다네.

 

 

 

○ 誰慕文繡之美 沈潛至道之腴 胸藏萬鎰之寶 身周十年之褐

    수모문수지미 침잠지도지유 흉장만일지보 신주십년지갈

    惟積中其必顯 爛昭昭其四達 旣粹面又盎背 蔚文章之喧赫

    유적중기필현 난소소기사달 기수면우앙배 울문장지훤혁 


○ 누가 무늬와 수(繡)의 미(美)를 사모하여, 지극한 도(道)의 진미(眞味)를 가라앉혀      버리랴. 가슴 속에는 만일(萬鎰)의 보물 감추었으나, 몸에는 십년 된 거친 베옷 둘     렀네. 다만 마음에 쌓이면 반드시 드러나는 법, 찬란하게 빛나 사방으로 퍼지리. 얼     굴에 신기(神氣) 흐를 뿐 아니라 등으로도 넘치니, 성대한 문채(文彩)가 떠들썩하게     빛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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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경-부,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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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래의 부(賦)는 정혜공(貞惠公) 박수량께서 지은 조슬간제(操瑟干齊) - 부(賦)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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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操瑟干齊(조슬간제)-(부)           

 

 


 


   

 

 

가난하다 내 삶의 외롭고 비루함이여
또 본성이 아둔하고 겁도 많도다.
옛적에 이미 글은 배웠으되 이룬 것 없고
생각해도 쓸만한 계책이 없네.
하찮은 재주 거문고 연주에 의지하여
내 맘의 얻은 바를 기뻐해 보네.
달빛어린 난간에 기대어 오만스레 굴어도 보고
거문고 줄 어루만지며 자위하노라.


소리는 부드럽고 맑고 빼어나
마치 편종을 울리고 치는 듯
이 대단하고 아름다운 제주를 갖고 있음에도
알아주는 사람없으니 슬프고녀.
서쪽의
기산(岐山) 주나라에 들어가
청묘(淸廟)
의 노래 한곡조 연주해 볼꺼나.
문고(文考)
께서 강람하심을 밝히고
그분이 남기신 빛나는 일이라도 펼쳐볼까...
서직(黍稷)만 우거져 찾을 길 없고

말은 나가질 않고 움추리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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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으로 수레를 돌려
소아(小雅)
의 신묘한 노래타기나 해볼까
잔치자리 아름다운 손님을 위로하고
마루위의 신하들을 축하라도 할까
아 ! 시(詩)가없어 찾을 길 없으니
수레와 배 태워버리고 슬픔에 젖네.
제나라 제후가 피리를 좋아한다 듣고
여러날이 걸려 동(東)으로 가네.
그대의 문은 곧장 들어갈 수가 없어
3년동안을 서서 방황했네.


거문고에 의지하니 불안하거니와
나를 알아주는 사람 만날 날 그 언제인가?
형박(
荊璞)
이 나누어지지 않음을 탄식하며
완(宛)
지방 산(産) 좋은 말 구유에 엎드린 모습 애처롭다.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고프나
여러사람 입벌리고 놀라겠지?
부엌일 잘하여 가까이 가고싶으나

또한 내가 배운 바가 아니네.

하물며 호오가 같지 아니하니
재주 비록 뛰어난 들 어찌 팔릴 수 있으랴!
시세가 그러함을 알거니
온갖 근심 잡고서 따를 수 밖에.


처음 내가 내 마음을 다짐했을 때는
이를 반연삼아 은총을 받고저 했지.
때로는 틈을 타서 약조를 하거니와
이 임금께서 성스러운 마가짐을 갖도록 했지.
인자하고 장수하는 곳으로 백성들을 오르게 하여
백서을이 동쪽으로 돌아와 한 곳에 모이도록 하려 했지

이 진심을 펼쳐보지 못하여 탄식스럽고
내 가슴에 근심만 더 하누나
문아래 엎드려 말이 없거니와
선철들의 뛰어난 자취를 흠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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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공맹(孔孟)의 커나큰 덕이여
시운이 가로막음을 당하셨지.
때로는 안정하지를 못하여 돌아다니셨고
때로는 팔방곡곡을 헤매셨지.
옛날이래로 이러하였거니와
항차 내 생애의 조그마한 어려움 쯤이야
맹세코 지나간 것은 섭섭해 하지 않으리니
화순하게 스스로 읊조리며 기쁜 표정 지우리.  

 

   

 

 

각주:

岐山(기산) :중국의 지명
주나라 문왕의 덕을 찬양한 아악.
문왕을 사후에 부르는 호칭.
나라의 멸망을 애도하는 뜻(시경에서 나옴).
귀족들이 잔치할 때 쓰는 노래(시경의 편명).
형은 초지방이고 박은 가공하지 않은 옥을 말함.
중국의 서역지방으로 명마 출산지이다.
은나라 현상인 이윤이 탕왕에게 요리솜씨로 유세하였다는 고사. 
어진 정치를 하면 이웃아라 사람들이 제나라로 몰려온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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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슬간제 - 부,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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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의 부(賦)는 정혜공(貞惠公) 박수량께서 지은 곡시잠(哭蓍簪) - 부(賦)입니다.

 

 

 

 

哭蓍簪(곡시잠)-(부)

 

 

 

 

 

 

 

 

 

 

 

 

 

 

내 삶이 떨치지 못해 슬프거니와

천명의 기박함을 만났도다.

머리는 나부끼는 쑥머리인데 어찌 살인들 지겠느냐!

집은 늘 텅텅 비어 사방으로 담벼락만 우뚝하고

해를 넘길 하찮은 옷도 없으니

하물며 옥치장된 것을 어이 바라리.

 

몇 촌되는 시초 줄기를 잘라

황금비녀 귀한 보배인양 흉내를 내어 보네.

색갈은 비루하지도 사치스럽지도 않아

비록 들녘의 하찮은 풀일망정

스스로 쓰기에 적합하다 여기며

달리 다른 것 없으니 사랑하였었네.

 

나는 즐겨 꽂을 마음이 있었지만

그것이 무슨 주인 사랑하는 정조가 있으랴.

애석하게도 대신하여 줄 하인이 없어

시초 벨 때 내 스스로 애를 썼지.

 

갑자기 내 비녀가 떨어져 잃어 버리니

연못 가운데서 찾아보노라

사방을 휘둘러도 찾을 길은 없고

이레 동안을 찾았거늘 어찌 찾을 수 있겠느냐.

 

치장 없는 내 머리칼을 거머 잡거니와

어찌 새것을 베기 힘들겠느냐마는

물건은 비록 가을 털오라기 보다 보잘 것 없어도

정은 이미 좋은 옥보다 더 들었네.

 

그래서 그리움을 잊을 수 없어

나도 모르는 사이 소리 놓아 통곡하도다.

잃어버린 나의 것을 애통해 해서가 아니라

옛 물건에 대한 신의를 저버림에 통곡하는 것.

신의를 저버린 것만 슬픈 것이 아니라

깊이 숨어있던 회포가 치밀어 통곡하는 것이라오.

 

임금과 신하가 만나는 것을 보아하니

마치 용과 구름이 서로를 얻은 것 같도다.

산하를 앞에 두고 맹세를 하며

그의 이목에 막중한 임무를 맡기네.

한 점 蒼蠅(창승)에 이르러서는

백과 흑이 어우러져 구별이 없네.

새 사람은 받아드리고 옛 사람은 멀리 하시며

구신하를 버리고 긍휼히 여기질 않네.

구중 궁궐의 은총을 어이 버리시는지

천리 만리 쫓겨나는 외로운 나그네 되누나.

 

내 비녀를 이런 사람에 비유하건데

나의 통곡이 어찌 이것으로 끝이 나랴.

하물며 부부의 만남도 진실로

모든 조화의 근원이라

하늘의 태양에 맹세를 표하고

원앙새에게 깊은 약속을 표하네.

 

향기로운 꽃(청춘) 한번 가 버리면

사랑마저 멀리 가 버리네.

오랜 부부사이에도 덕스러운 말은 사라지고

교태로운 새마저 부인네를 좋아하네.

십년동안 겨울 제사 모시던 몸이늙어지니

독수공방을 원망하네.

 

내 비녀를 이런 사람에 비유하니

나의 통곡이 어이 이로서 그치겠느냐.

친구의 교제도 올바름을 본받기 위함이고

상대의 덕을 격려해 주고 자신을 닦는 것이리.

지초와  난초의 향그러움을 본받고

불속에도 뛰어들 굳센 의지를 배워야지

갑자기 중도에 배반하고 돌아서

가난하고 미천했을 적의 사귐마저 잊어 버리네.

길가에서 만난 사람 한바탕 즐기다가

늙어 노쇄한 옛친구 버리듯 돌아서 버리네.

옥돌처럼 변치않을 듯 하였건만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별처럼 되어 버렸네.

 

내 잃어버린 비녀를 이런 사람에 비유하노니

나는 통곡하여 피눈물을 흘리고 있네.

그저 울음을 삼킨들 무슨 도움이 되며

그윽한 회포를 품어보나 그 누가 알아주랴.

푸른 하늘 바라보며 가슴아프게 절규하나니

사람 마음이 쉬 뒤집힘에 탄식하는도다.

 

하늘은 까마득하여 듣지 않으시고

내 가슴에 걱정만이 더욱 쌓이누나.

지금 골짜기는 쓸쓸하고 들녘 빛은 아득하다

바람은 쌀쌀하여 가을은 깊어가고

달빛은 교교하여 밤이 익어가는데

통곡을 삼키며 돌아오노니

가슴속은 이렇듯 화가 치미네

 

 

 

 

 

 

 

 

 

 

 

 

 

 

▼ 곡시잠 - 부,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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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④정혜공의 상소문(貞惠公 上疏文)

 ♣ 아래의 상소오략(上疏五略)은 정혜공(貞惠公) 박수량께서 올린 상소문에서 국가경영의 다섯 가지 경계계획을 요약한 것입니다.  top

 

  女謁者亂政之漸也(여알자난정지점야)  - 여알(女謁)은 어지러운 정사(政事)의 시작이다.

    궁녀의 오염한 미색과 기묘한 아양으로 정신이 유혹되면 옳고 그름과 비방과 칭찬이 공평하지 못하여 정사가 어지러워진다.


 佞人者亂國之賊也 (녕인자난국지적야)    -아첨(阿諂)하는 사람은 나라를 혼란하게 하는 적이다.

   한번 상처 입은 아첨 자는 칼에 찔리고 함정에 빠진 범과도 같아 나라의 기강을 흔든다.


  民者邦之本也 (민자방지본야)  - 국민은 나라의 근본이다.

   가뭄과 홍수, 굶주림이 없도록 하여야 민이 흔들리지 않으며 나라의 근본인 민이 흔들리면 나라가 망한다.


  財者國之資也(재자국지자야)  - 재물은 나라의 재산이다.

   나라가 세금으로 거두어들인 재물을 함부로 없애면 백성을 괴롭히게 되니 나라살림은 검소하여야 한다.


 請託衰世之事 私情之所以行 公道之所以亡也

   청탁쇠세지사 사정지소이행 공도지소이망야

   청탁은 쇠락한 세상에서 성행하는 악습으로서 사사로운 정분 속에 이행되기 때문에 공도(公道)를 망친다. 

 

편집자 주(註) : 조선왕조 실록에 정혜공 박수량께서 돌아가신 직후 명종(明宗 )은 1554년 01월 28일 다음과 같이

                      < 박수량의 집에 상사를 치루는데 도움을 줄 것>을 전교하였습니다.

○傳曰: “朴守良之家, 窮不能措喪, 下鄕亦難云。 一路以官人護送, 喪需題給。 且贈職可也。”

   전왈: “박수량지가, 궁불능조상, 하향역난운。 일로이관인호송, 상수제급。 차증직가야。”

<史臣曰: “守良之廉謹, 南士之良也。 尹春年啓於經筵曰: “宜褒守良之淸白, 以勵士風”, 故有是命。 外若淸謹, 內實鄙陋者, 寧無顙背之汗乎?”>

<사신왈: “수량지렴근, 남사지량야。 윤춘년계어경연왈: “의포수량지청백, 이려사풍”, 고유시명。 외약청근, 내실비루자, 녕무상배지한호?”>

○전교하였다. “박수량의 집이 곤궁하여 상사를 치를 수도 없고 시골로 내려가는 것 역시 어렵다 하니, 일로(一路)에 관인(官人)들로써 호송케 하고 상수(喪需)를 제급하라. 그리고 증직(贈職)하는 것이 좋겠다.”

<사신은 논한다. 수량의 염근(廉謹)은 남쪽 선비의 으뜸이었다. 윤춘년(尹春年)이 경연에서 ‘수량의 청백을 포장하여 사풍(士風)을 권려해야 한다.’고 아뢰었으므로 이 명이 있었다. 겉으로는 청근한 듯하나 실상 안으로는 비루한 자들은 어찌 이마와 등에 땀이 흐르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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